‘묻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는다’는 시대는 끝났다
진료실에서 환자가 의사에게 “이건 어떤 병인가요?”, “치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요?”라고 묻는 모습은 흔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 채 진료실을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진료시간 속에서 정보 부족은 일상처럼 반복되고, 이는 곧 의료 불신과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되어 왔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25년부터 의료법 개정을 통해 환자의 알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고, 의사의 설명의무를 법적으로 대폭 강화했습니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환자 권리만을 확대한 것이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구체적인 설명 방식과 책임을 법으로 부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수술, 시술, 진단, 의약품 사용 등 신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환자에게 사전에 충분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게을리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이 강화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개정된 의료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며, 환자와 의료진이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와 책임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네 가지 문단으로 나누어 자세히 안내드립니다.
설명의무, 이제는 ‘선택’이 아닌 ‘법적 의무’
기존에도 의료법 제24조와 민법상 계약 책임으로 설명의무는 존재했지만, 그 적용 범위와 내용은 매우 추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개정 의료법은 설명의무를 독립 조항으로 격상시키고, 모든 의료기관과 의사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기준을 법률로 명시하였습니다.
우선, 수술이나 마취, 시술, 검사 등 환자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을 경우, 의료진은 치료의 목적, 예상 결과, 가능한 부작용, 치료 방법의 대안, 성공률 등을 반드시 설명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구두 설명에 그쳐서는 안 되며, 서면 동의서 또는 영상, 시청각 자료 제공 후 환자가 이해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설명은 의사 또는 해당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자가 직접 해야 하며, 간호사나 행정 직원에게 설명을 맡길 경우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환자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국인이거나 노약자인 경우, 설명을 반복하거나 보조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제 설명의무는 단순한 친절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 행위이며, 이를 소홀히 하는 의료진은 분쟁 시 방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됩니다.
환자의 알 권리, 이제는 ‘요청하지 않아도 보장’된다
과거에는 환자가 “설명해주세요”라고 요청해야만 자세한 설명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025년 개정 의료법은 설명의무를 보다 능동적인 방식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제는 환자가 묻지 않아도 의료진이 먼저, 충분히, 그리고 이해 가능한 언어로 설명을 해야 하며, 환자가 그 내용을 완전히 숙지했는지를 확인하는 것까지가 의무에 포함됩니다.
환자의 알 권리는 다음과 같이 강화됩니다. 첫째, 설명 내용을 녹음 또는 녹화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사전 동의를 구한 경우, 설명을 녹음하거나 촬영할 수 있으며, 향후 의료 분쟁 발생 시 법적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둘째, 수술이나 고위험 시술에 대해서는 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환자용 설명자료 또는 동의서 요약본을 제공해야 하며, 이 자료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이는 환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셋째, 진료기록 및 각종 검사 결과에 대한 전자기록 접근 권한도 확대됩니다. 환자는 병원 시스템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본인의 의무기록을 열람하고, 다른 병원에서의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의 권리를 단순히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권리로 바꿔주는 법적 진보라 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의사, 이제는 기록이 방패
설명이 강화되면서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업무 증가가 아니라, 법적 분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이자 필수적인 절차로 봐야 합니다. 2025년 의료법 개정 이후 병원과 의료진은 설명과정 전반을 문서화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수술 설명을 했다면 단순히 서명을 받는 데서 끝나지 않고,
✅ 설명 날짜와 시간
✅ 설명을 한 의료진의 이름
✅ 환자가 이해한 내용과 질문 사항
✅ 대안 치료법에 대한 안내 여부
등을 진료기록 또는 별도 설명기록지에 남겨야 합니다. 이는 추후 의료사고 또는 민원 발생 시, 설명 책임을 다했다는 증거로써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중소형 의원이나 1인 병원이라 하더라도 해당 의무에서 예외가 되지 않으며, 설명자료 준비, 동의서 관리, 환자용 브로셔 제공, 진료기록 시스템 연동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설명 동영상 시스템, QR코드를 통한 디지털 설명 자료 제공, 환자 대상 상담코디네이터 배치 등의 형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설명은 의료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기록이 없으면 설명이 없던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은 '철저한 문서화'를 최우선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설명은 의료 신뢰의 출발점
2025년 의료법 개정은 의료 서비스를 단순한 ‘시술’에서 ‘소통과 신뢰의 과정’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환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며, 의사 또한 단순한 진단자나 결정자가 아닙니다. 환자의 권리는 정보를 받을 권리이고, 의사의 의무는 그 정보를 책임감 있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제 설명은 단순한 친절의 표현이 아니라, 법이 부여한 의무이자 의료 현장의 기본 책임입니다. 의료진이 설명을 충실히 할수록 환자는 치료를 신뢰하고, 분쟁은 줄어들며, 의료사고에 대한 오해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의료는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치료 중심에서 소통 중심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설명이 곧 방패이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설명이 곧 권리입니다. 2025년 의료법 개정은, 이 둘 사이의 신뢰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다리로 기능할 것입니다.
'생활법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주민등록법 개정 안내– 무단전출·허위주소 등록, 이제는 ‘처벌 대상’ (0) | 2025.07.01 |
---|---|
2025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카페 사장님과 자영업자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 (1) | 2025.07.01 |
2025년 청소년 보호법 개정 핵심 정리– 웹툰과 유튜브도 규제 대상이 됩니다 (0) | 2025.07.01 |
2025년 달라지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 총정리– 남성 육아휴직 확대 및 급여 강화 포함 (1) | 2025.06.30 |
2025년부터 SNS 글도 명예훼손 처벌 대상 (1) | 2025.06.30 |